◇기존의 진단·치료 관행에도 문제
ADHD가 '말 많은' 병이 된 것은 오진도 많았고, 그에 따른 치료(약, 한약, 미술·음악치료, 운동치료)도 체계없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ADHD 진단은 소아정신과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의사, 심리상담사 누구나 내릴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 차례 부모면담, 설문지 형태의 ADHD 평가도구를 참고해 진단을 내린다.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천근아 교수는 "ADHD는 증상이 다양하고 아이의 성장 과정·환경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부모면담과 간단한 검사로는 오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진단을 정확히 하려면 ADHD 평가표를 부모, 담임선생님, 주변인(할머니 등 양육자)에게서 다 받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3차례 이상 아이·부모·선생님의 심층 면담을 거쳐야 한다. ADHD로 최종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아이의 문제가 공통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치료도 아이의 상태나 환경에 따라 약물치료, 행동치료, 부모교육, 사회성 치료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조인희 홍보이사는 "ADHD에 대한 근거 없는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며 "일부 전문가 조차도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거부감은 잘못
ADHD 진단·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약의 부작용, 약을 통한 치료의 효과 등 방법론까지 문제 삼고 있다.
▷약은 안전한가=ADHD의 1차 치료 방법은 약 복용이다. ADHD가 뇌의 전전두엽 부분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으로 보고, 이를 보충하는 약(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을 처방한다. 그런데 성장장애·발작·심장마비 같은 약의 부작용 탓에 약 복용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경희대병원 소아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ADHD 치료제는 출시된 지 60년이 넘은 만큼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철저히 돼 있다"며 "환자 상황에 맞춰 적절히 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약 없이도 치료 되나=ADHD가 있다고 무조건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아 ADHD 환자 중 약을 먹는 어린이는 60% 정도다. 효과가 적더라도 부모가 원치 않으면 약 복용 대신 행동치료만 할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고 가족 관계가 좋고, 아이와 부모가 치료에 적극적이면 행동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ADHD 치료 안 해도 될까=ADHD를 질환으로 보지 않는 입장에서는 치료도 불필요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ADHD를 방치하면 대부분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선생님으로부터 '말 안 듣는 아이'로 취급될 수 있다. 조인희 홍보이사는 "ADHD를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학습 능력도 올라가고 친구·가족·교사와의 관계도 좋아진다"며 "우울증·인터넷 중독·반사회적 인격장애 등의 다른 정신과 질환으로 진행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
뇌 전전두엽 부분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기능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초등학교 입학 후에 발견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가 많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산한 행동을 하고 ▷주변을 잘 살피거나 생각하지 않고 행동부터 앞서는 등의 증상이 있다. 국내 유병률은 6~8%, 정도가 약한 것까지 포함하면 13%로 추정되며, 소아정신과 질환 중 가장 높다.